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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감염병 극복에는 간호사의 역할이 지대합니다 - 정선영 교수 인터뷰

  • 2020.12.23
  • 작성자 : 중앙센터
  • 조회수 : 8847
RNJOB을 통해 간호인력교육센터의 교육과 실습을 마친 간호사들과 현장에서 함께 땀흘리는 간호사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봅니다.
신규 간호사부터 재취업 간호사까지, 나와 같은 위치에 있는 동료들과 지금 내 고민을 먼저 겪었던 선배들의 이야기가 여러분에게 작은 힘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RNJOB (이하 R)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정선영 (이하 정) 안녕하세요, 저는 이화여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3월에 이대목동병원 내과 병동 간호사로 간호사 경력을 시작했습니다. 2년 동안 근무를 하면서 간호의 의미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교육대학원 간호교육 석사 과정을 시작했고, 석사학위 수여 후 1998년부터 2012년까지 이대목동병원 감염관리실에서 근무하였습니다. 2012년 9월부터 감염관리전문 석사과정이 있는 건양대학교 간호대학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R 이대에서 학사부터 시작해 석사, 박사까지 모두 마치셨고, 간호사로서도 18년 간 근무하시다가 건양대에서 8년 정도 교육을 하고 계시네요. 처음 감염관리실로 가실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감염관리' 라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1998년 당시에는 규모가 큰 대학병원 몇 군데에서만 감염관리를 하고 있었어요. 자발적으로, 병원이 필요에 의해서 자체 지침을 만드는 상황이었습니다. 대한감염관리간호사회 중심으로 의료기관 감염관리 체계와 지침을 공유하고 학술대회를 통해 근거기반 감염관리를  의료기관에 적용하는 방식이었죠. 감염관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98년 당시에 비하여 분명 달라졌습니다. 2015년 메르스가 계기가 되면서 의료법도 변경됐고, 최근에는 전 국민이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감염병을 통제하지 못하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사회, 경제, 문화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습니다. 

 

건양대학교 간호대학 정선영 교수님
건양대학교 간호대학 정선영 교수님

 

R 과거 메르스 대응지침을 마련하신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기도 하셨는데요, 그때와 비교했을 때 지금 의료기관의 상황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메르스는 2015년 5월 말 경 시작됐죠. 중동에 다녀왔던 환자가 의료기관에서 감염을 전파시키면서 상황이 시작됐습니다. 당시에는 의료기관 내에서만 감염이 일어났고, 의료기관 밖으로 전파되지는 않았어요. 당시 질병관리본부와 의료기관이 노력하여 약 6개월 만에 유행을 조절하였습니다. 메르스는 의료기관의 허점, 감염관리가 어려운 사각지대를 공격당하면서 전파되었던 것이었어요. 그 이후로 정부와 의료계에서 많은 준비를 했기 때문에 코로나19에도 의료기관은 대응을 잘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메르스와 달리 지역사회 중심으로 감염이 시작되었습니다. 의료기관으로 감염이 유입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했는데, 유행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의료기관 종사자들도 가족, 지인 등 사회관계망을 통해 감염이 되면서 의료기관으로 유입되는 경우가 생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에 비해 감염관리 체계가 정비된 의료기관이 많아져서, 개개인이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면 코로나19의 유행도 조절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감염병 대응 지침을 의료기관이 잘 운영하기 위해선 제도의 개선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겠죠. 


R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 자문 요청도 많이 받으실 듯 한데요, 감염관리 전문가로서 가장 중점을 두고 계신 부분은 무엇입니까?

현재 각 의료기관의 감염관리는 감염관리실 중심으로, 감염관리간호사들이 맹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일하고 있고요.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기관의 감염관리 지침, 교육, 컨설팅 등의 요청이 들어오는데, 현장 실무 경험이 풍부한 감염관리간호사가 자문을 하면 제일 좋지만 지금은 다들 워낙 바쁜 시기라 저도 자문을 나가기도 합니다. 의료기관의 경영진과 감염관리간호사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면 좋을지 함께 토론하는데 의료기관 스스로  해결책을 찾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R 메르스,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 발생 상황에서 간호사가 수행해야 할 사회적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럴 때일수록 간호사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환자와의 접점에서 간호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간호사 자신이 안전해야 합니다. 감염병의 특성상 간호사가 안전하지 못하면 환자를 감염으로부터 보호할 수 없습니다. 간호사는 감염의 전파 기전, 감염관리의 중요 수칙인 표준주의와 전파경로별 주의에 대한 지식과 술기를 정확히 익혀야 합니다. 


환자를 간호할 때는 감염 전파를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심리적인 부분에 대한 세심한 간호도 중요합니다. 확진 환자들은 격리되어 있기 때문에 육체는 물론 정서까지도 힘듭니다. 가족을 만날 수  없으므로 간호사에게 전적으로 의지할 수 밖에 없음을 알 수 있을 거예요. 


간호사는 개인보호구를 입고 확진자 또는 접촉자를 간호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큽니다.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하는데 간호사의 역할이 지대합니다. 간호사가 건강해야 환자를 잘 간호할 수 있으니, 이 부분에 대해 정부와 협회의 지원도 많이 필요합니다. 


R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계속해서 많은 의료진이 투입되고 있는데요, 현장의 재직 간호사와 예비 간호사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십니까?

감염병 환자를 간호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예요. 하지만 대부분의 두려움은 두려움의 대상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생깁니다. 


감염병이 어떤 식으로 전파되는지, 어떻게 고리를 끊을 수 있는지는 대부분 과학적으로 증명되었고 권위있는 정부기관이나 학회의 가이드라인을 통해 대응방법과 관리방법이 알려져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을 일방적으로 따르기보다 그것들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는지 공부하면서, 정확한 방법대로 실천하길 바랍니다. 특히 개인보호구 선택, 선택한 개인보호구의 착탈의 절차에 대한 지식과 술기를 익히고 연습하여 자신과 환자를 보호하길 당부합니다. 


또 하나 당부하고 싶은 것은,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능동적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간호 현장은 역동적입니다. 시설, 자원, 환경이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상황과  다를 수도 있고, 제대로 갖춰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갑자기 환자가 몰리거나, 중증 환자가 발생할 수도 있어요. 여러 변수로 현장이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을 때 간호사가 중심이 되어 과학적인 간호학 지식에 근거하여 주체적으로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해결책을 찾아 현장에 적용하도록 리더십을 발휘하길 당부합니다. 


R 앞으로 이루고 싶은 직업적 성취나 목표, 꿈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간호학과 학부 학생과 감염관리전문간호 석사과정 학생 등 많은 학생이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지고 간호사 또는 감염관리전문간호사가 되기 위해서 입학합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우고 경험한 지식과 태도, 술기 등을 발전시켜 간호 현장에서 실현해 나갈 것입니다. 함께 공부한 학생들이 훌륭히 성장해서 우리나라 간호와 감염관리 분야를 리드하고 발전시키기를 원합니다. 간호와 감염관리는 실무와 교육, 연구가 완전히 일치하는 분야라서 애착을 갖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소망은, 의료기관의 위치와 규모, 종류에 따른 간호와 감염관리의 차이를 조금이라도 줄이는데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의료기관의 규모와 지역이 다르다고 해서 환자가 받는 간호와 감염관리의 질이 다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과 연구, 컨설팅을 통해 질적 차이를 줄이는데 가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협회에서도 많은 역할을 해 주시길 기대합니다. 

 

R 마지막으로, 간호인력취업교육센터를 다른 간호사들에게 어떻게 소개하시겠습니까? 

“간호인력취업교육센터는 베이스캠프다.” 

간호사 면허증은 종착점이 아니라, 앞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패스포트 같은 것이죠. 자신이 어떤 간호사가 될 지는 평생의 과업입니다. 간호사는 이직이라는 말이 적합하지 않은 직업 같아요. 간호사 면허증을 가지고 다양한 기관에서 다양한 업무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의료기관에서 간호를 할 수 있고 해외 봉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특정한 기관에 근무하지 않더라도 자신과 가족을 돌볼 것이고, 이웃을 돌볼 겁니다. 다시 의료기관 현장으로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간호 지식과 술기가 이전과 달라졌을 수 있어요. 그 때 변화된 술기와 지식을 제공할 수 있는, 간호사가 평생 간호사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든든한 베이스캠프 역할을 간호인력취업교육센터가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간호사가 된 순간 평생 간호사입니다. 우리는 이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간호의 가치를 실천할 수 있는 곳을 바꾸는 거예요. 그 길을 이어가는 데에 필요한 지식과 술기를 익히는데 센터가 도움을 드릴 겁니다. 이곳을 베이스캠프로 삼고, 간호사로서의 이상과 비전을 계속 실현해 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