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이용후기
세 아이의 엄마에서 당당한 워킹맘으로
- 2020.03.31
- 작성자 : 중앙센터
- 조회수 : 1352
다시 간호사를 꿈꾸다
저는 결혼 후 7년간 평범한 주부로 지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간호학과를 졸업했고, 지방이기는 했어도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6년간 일하며 멋진 20대를 보냈습니다. 30대가 되어 결혼하고 퇴사를 하고 3번의 임신, 출산, 육아로 화려하고 당당했던 나의 20대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병원을 나온 것을 후회한 적도 있었습니다. 아내로 엄마로 사랑하는 가족을 돌보는 일이 행복하지만, 예전 직장 동료들을 만나거나 일하는 친구들을 보면 가끔 부럽기도 했고, 다시 일하는 나의 모습을 찾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쉽게 용기를 내지 못했습니다. 간호사보다 주부였던 시간이 더 길었기 때문입니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일까지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하며 고민만 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자메시지를 받고 “일단 저질러 보자.” 싶었습니다. 그 문자는 간호인력 취업교육센터에서 유휴 간호사를 위한 재취업 교육을 지원해 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것도 제가 사는 지역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이번이 아니면 다시는 못 할 것 같다는 마음에 남편에게 동의도 구하지 않고 덜컥 교육 신청을 하였습니다. 막상 신청하고 나니 여러 걱정들이 밀려왔습니다. 막내는 20개월이 채 되지도 않았고 어린이집에 다닌 지 겨우 3달... 거기다 추운 겨울에 아이들 등·하원 까지 해결해야 할 것들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남편이 이해해 주었고, 친정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교육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간호사였다
교육 첫째 날, 낯선 사람들 속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교육에만 집중했습니다. 낯을 가리는 성격에 아는 사람도 없고 먼저 말 걸지도 못해 입 한번 떼지 않고 오전이 지나갔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어 교육생들이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낯익은 얼굴, 예전 병원 입사 동기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너무 반가워 소리를 지를 뻔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간호사라는 동질감이 더해지며, 교육생 모두 즐겁게 5일간의 교육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교육받는 동안 센터에서 맛있는 간식과 점심까지 지원해 주셔서 너무 좋았습니다.
이론교육이 끝나고 제가 원하는 곳에서 5일간의 실습 교육을 받게 되었습니다. 실습지는 취업까지 염두에 두고 지원했습니다. 임상을 떠난 지 오래되어 아무것도 모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직접 일하는 모습을 보니 예전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내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센터에서도 실습지까지 방문해서 실습이 힘들지는 않은지, 취업 의지가 있는지, 원하는 직장이 있는지 등 저의 의사를 물어보며 여러 도움을 주기 위해 애써주셨습니다. 그런 도움이 저에게 큰 힘이 되었고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빨리 일하고 싶다는 마음에 실습을 마치고 바로 취업을 알아보았습니다.
나는 행복한 간호사입니다
여기저기 공고를 확인하며 나에게 맞는 직장을 찾기 위해 알아보던 중, 구미시 선산보건소 선산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입사 지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류심사에서 합격하였다는 전화를 받고는 뛸 듯이 기뻤지만, 면접 심사가 남아있어 걱정도 되었습니다. 첫 직장 면접보다 더 열심히 준비하였고 당당히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스스로가 너무 자랑스러웠습니다. 남편과 부모님께서도 축하해주셨고 아이들도 좋아하며 여기저기 자랑하고 다니기까지 하였습니다.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예전에 일하던 임상과는 많이 다른 업무여서 처음에 적응하기가 조금 어려웠지만, 지금까지 약 8개월 동안 큰 문제 없이 열심히 근무하고 있습니다. 일할수록 직장과 업무에 대한 만족감도 커지고 여러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도 많이 받을 수 있어 새로운 기쁨을 느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자랑스러워한다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큰 힘이 됩니다. 7살 큰아이가 “엄마가 일하는 보건소에 가보고 싶어.”라고 하여 보건소 정문에 있는 센터 명패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일을 시작하고 주변에서 밝아졌다, 좋아보인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아침마다 세 아이를 깨워 준비하고 등원시키느라 정신없이 바쁘지만, 그마저도 즐거운 일상이 되었습니다.
엄마가 일하는 보건소 앞에서 포즈를 취해 보이고 있는 큰아이
당당하고 멋진 워킹맘, 김정아입니다
최근에는 업무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다시 공부를 시작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학교를 졸업하면 배움은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일할수록 공부할 것이 더 많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가족과 상의를 해야 하고 힘들 것이라는 예상은 하고 있지만, 망설이기 보다 도전해야겠다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예전에는 힘들게 공부해서 취업하고 바쁜 임상 업무에 3교대 근무를 하며 건강도 많이 나빠져 괜히 간호사가 되었나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지금은 ‘간호사’라는 이름이 정말 고맙고 소중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요즘은 보건소에 실습 오는 학생 간호사들에게 공부가 어렵고 일이 힘들어도 조금만 견디라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힘들다고 포기하면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았을 때 자신의 선택을 후회할지도 모르니까요. 저와 같은 상황에 있는 분들에게도 말해주고 싶습니다. 다시 시작할까 말까 망설이기보다는 일단 도전해 보세요. 시작한다면 어디든 길이 있습니다. 여러분을 도와주기 위해 애쓰는 분들이 가까이에 있습니다. 이제는 저도 당당하고 멋진 워킹맘입니다.
※ 교육부터 취업까지 많은 도움을 주신 대구·경북 권역센터 김현미 센터장님과 팀원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