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간호사를 가르치는 간호사들의 이야기 (2)
- 2020.09.22
- 작성자 : 중앙센터
- 조회수 : 2515
간호인력취업교육 경기센터 실습지도자 대담 (2)
지난 8월 19일, 간호인력취업교육 경기센터에 세 분의 베테랑 간호사 선생님들이 모였습니다. 코로나 재유행으로 염려도 있었지만, 예정되어 있던 유휴간호사 재취업 교육이 한층 더 철저한 방역 절차 안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개인 방역 수칙을 엄격히 지키면서도 지치는 기색 없이 열정적인 강의를 보여주신 민정현, 임선희, 사공은미 선생님의 이야기를 알앤잡에서 들어보았습니다.
임선희 : 강동대학교 간호학과 초빙교수 / (전) 분당차병원 수간호사 / 실습지도자 양성교육 2017년 이수
사공은미 : 분당차병원 수간호사 / 실습지도자 양성교육 2019년 이수
(1편에서 계속)
RNJOB (이하 R) 세 분 모두 유휴간호사 재취업교육을 진행하고 계신데요, 참여하시는 분들의 반응은 어떠신가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궁금합니다.
민정현 (이하 민) 병원에서 후배들을 가르칠 때와는 또 다른 희열이 있더라구요. 연세드신 분들이 실습하시면서 “내가 옛날에 이렇게 했었지" 하시면서 굉장히 기뻐하세요. 너무 오랜만이라 처음에는 잘 안 되는데 설명 다시 듣고 하시면 몸이 기억하는 게 있거든요. 필드에서 일을 하셨던 히스토리는 다 있으시니까요. 실습하시면서 그렇게 만족해 하시면 저희도 옆에서 볼 때 참 보람있고 기쁘더라고요.
사공은미 (이하 사공) 저는 솔직히 교육 강사 중에는 어린 편이고 수간호사가 된 지도 5년이 안 됐는데, 교육생 중에는 저보다 연세가 많으신 분들도 많아요. 한번은 수간호사로 30년을 일한 다음 그만두시고 남편과 함께 미국에 가셨다가, 한국이 그리워서 다시 오셨다는 분이 교육을 들으러 오셨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다시 취업을 하려니 이 교육을 꼭 들으셔야만 했던 거죠. 처음에 소개를 듣고 나니 그 분은 저보다도 훨씬 경력이 많으시고, 근무하셨던 병원도 훨씬 좋은 병원이었어요. 이미 예전에 일을 놓으셔서 많은 부분을 잊어버리시긴 했지만, 그래도 그 앞에서 제가 뭔가를 가르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데?’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2시간 교육이 진행되면서 서로 교감을 하다보니 점점 예전 기억도 살아나시고, 제가 알고 있는 지금의 지식과 예전에 그 선생님이 알고 계셨던 지식이 교류가 되는 거예요. 그러면서 같이 교육장에 계시던 다른 선생님들과도 서로가 갖고 있던 지식을 다 나누게 됐죠. 그래서 그 날 그 선생은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 현장에서 다시 일을 하시면 분명히 잘 하실 분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교육을 하러 오지만, 배워가는 부분들도 있어서 참 좋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오늘도 저보다 나이 많으신 분들이 계셨어요. 진행하다 보면 “예전에는 이렇게도 했어요, 이런 방법도 있어요” 말씀을 해주세요. 그러면 “아 그래요? 덕분에 저도 오늘 하나 배웠어요” 하죠. 그래서 유휴간호사 교육은 저에게도 의미가 있는 교육이에요.
유휴간호사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사공은미 선생님
임선희 (이하 임) 저는 2017년부터 교육을 하고 있는데, 유휴간호사 교육에 애정이 참 많아요. 수간호사로 14년 일하다보니 인력관리가 정말 어렵고, 간호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는 걸 여실히 알게 돼서, 이런 교육이 있다는 것 자체로 너무 감사해요. 아직은 유휴간호사 교육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지만, 앞으로는 점점 더 교육 프로그램도 발전했으면 좋겠어요. 교육을 해 보면, 간호 학위를 딴 사람들은 현장을 떠났더라도 간호사로서의 자질이 다 내재되어 있거든요.
저는 어머니 덕에, 정말 운이 좋아서 육아를 하면서도 간호과장까지 쭉 일할 수 있었지만, 솔직히 육아 때문에 그만두신 분들이 정말 많아요. 다들 여러가지 사연이 있고요. 그걸 딛고 여기 나오시는 분들은 정말 큰 맘 먹고 새로운 도전을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이 교육 한 번으로 바로 잘 할 수 있게 되는 건 아니더라도, 여기서 용기를 얻고 실제로 일을 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고, 일터로 나갔을 때 잘 버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센터에서 그 분들이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을 계속 주셨으면 좋겠어요.
R 수강생들이 특히 어려워하시는 부분이 있을까요?
임 교육을 듣고 재취업했다가 그만두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왜 그만두시는지 좀 궁금해요. 이유나 문제점을 찾아서 해결을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민 아무래도 연세 많으신 분들이, 바뀐 병원 시스템안에서 어려워 하시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실무는 몸이 기억하니까 다 하시는데, 30년 전하고 비교하면 병원 시스템이 다 전산으로 바뀌었고, 환자를 사정해야 되는 테마들이 많아졌어요. 예를 들면 낙상사정, 욕창사정, 통증사정 등등 여러가지 루틴으로 관찰해야 되는 항목들이 다 시스템화 되다 보니 익숙하지 않죠. 물론 과거에도 다 했던 일이지만 그것들이 도구화, 시스템화되어 있지는 않았거든요. 그리고 수기로 차팅하고, 수기로 처방받고 하셨던 분들이 전부 전산으로 하려니까 좀 괴리가 느껴진다고 말씀하시긴 하더라고요. 하지만 결국 본인이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에요. 지금 대한민국 어디를 가도 종이에 처방받는 곳은 없으니까, 헤쳐나가야죠.
R 교육을 준비하고 진행하실 때는 어떤 부분에 가장 신경을 쓰시나요?
임 여기 와서 교육하는 것, 병원에서 신규교육을 하는 것,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 다른 건 하나도 없어요. 간호는 특히 그래요. 어디서든 똑같은 프로세스를 가르쳐요. 그런데 교육을 받는 대상자는 다르잖아요. 대상자에 따라서 어떻게 접근해야 될 지를 고민하죠.
예를 들면, 저는 대형병원에서 주로 가르쳤는데, 한번은 중소병원 신규간호사를 대상으로 교육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환경이 너무 달라요. 큰 병원은 업무가 정확하게 나눠져 있는데, 작은 병원은 아닌 경우가 많다보니, 간호 외에 다른 일에 시달리는 분들을 보면 같은 간호사로서 가슴이 아프기도 해요. 그러다보니 커리큘럼은 똑같아도 수강생이 처한 상황에 따라 가르치는 마음가짐을 다르게 하게 되고, 그러면서 또 배우는 것도 있었어요.
유휴간호사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임선희 선생님
사공 저는 교육을 할 때마다 제가 하는 말 한 마디가 잘못 전해질까봐, 전달하는 지식이 잘못됐을까봐, 그리고 혹시나 전달이 잘못돼서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잘못 받아들이게 될까봐, 항상 조심스러워요. 저희가 다루는 건 전문지식이잖아요. 여기서 하는 핵심 술기, 또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감염 문제라던가, 이런 부분들이 정확히 전달되어야 하는데 그게 잘못되면 큰일나니까, 그 부분이 아무래도 많이 신경쓰여요.
민 저도 비슷한 생각이어서, 나름 준비를 많이 해요. 임 선생님이 말씀하셨듯이 학교에서나, 병원에서나, 여기서나 똑같은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거든요. 익히 아는 내용이어도 혹시 말하다가 순서가 틀릴까봐, 공정 하나가 빠질까봐, 이런 것 때문에 늘 준비를 철저하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또 우리가 흔히 실수하는 것들, 이 프로세스에서는 이런 부분이 에러가 많이 나더라, 이런 내용을 저희들 경험을 녹여 내서 설명해야 훨씬 임팩트있게 전달되거든요. 그래서 커리큘럼만 그냥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이 부분에서는 이런 경험을 덧붙여서 나 같은 실수를 이 분들은 안 하시게 해야지, 이런 고민도 많이 하게 됩니다.
R 이 교육을 통해 현장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달받는 것도 수강생들께는 굉장히 중요하겠네요.
임 그냥 이론만 가르치면, 온라인 교육으로 해도 되겠죠. 하지만 간호는 특히나 직접 해 봐야 하는 것들, 환자를 직접 봐야 하는 것들이 많아서 온라인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지금 시국이 참 안타까워요. 학생들은 병원 실습을 못 나가니, 환자를 보지않고 공부를 해야 되는 거에요. 직접 대면해서, 경험치를 녹여내서 같이 정확하게 전달을 하면 배움이 배가 될 텐데, 이론만 줄줄 읊으면 솔직히 교육의 효과는 조금 떨어지겠죠.
민 비슷한 맥락인데 어떤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학교에 있는 조교들이 병원으로 나오고,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수간호사들이나 현장근무자들이 학교로 가야 현실적인 교육이 이뤄진다는 거죠. 이론과 현장 경험 사이, 학교에서 4년 동안 1,000시간 실습하고, 여기와서 또 저희가 반복적으로 교육을 하는 부분 사이에 공백은 분명히 있어요. 그래서 두 가지가 정확하게 상호작용이 일어나면 간호사들이 현장 적응을 하는 데에도 도움이 많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무자들의 경험치를 많이 녹여서 전달하면 더 크게 임팩트있게 가 닿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유휴간호사 교육을 마치고 대담을 위해 모인 (왼쪽부터) 사공은미, 임선희, 민정현 선생님
R 간호사를 가르치는 간호사로써 후배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 것 같아요.
사공 저는 갓 입사한 신규, 힘들어하는 신규 간호사들이 원체 많아서 그 분들께 이야기해 드리고 싶어요. 임상간호를 떠나서 밖으로 나가 계신 분들이 “간호학의 꽃은 임상이다” 라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임상이 힘들어요. 3교대에, 밥도 제 때 못 먹고, 화장실 못 가는 경우도 많고, 혼도 많이 나고, 환자랑 보호자들도 가만히 두지를 않고. 그래도 간호학의 꽃은 임상이라고 하거든요. 민 선생님이 말씀하셨듯이 학교하고의 괴리도 분명히 있지만, 그건 또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부분들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임상이라는 뜻이거든요. 내가 힘든만큼 더 많이 채워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을 해서, 조금만 더 참고 이겨내면 4년동안 힘들게 배운 간호학을 더 예쁘게 꽃을 피워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갓 입사한 신규 간호사들한테 조금만 더 힘을 내라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
임 간호라는 업무가 참 어느 자리에 있든 쉬운 게 없는 것 같아요. 20년 넘게 앞만 보고 정신없이, 최선을 다해서 일을 했는데 어느 순간 제가 많이 지쳐있더라고요. 여기 저기 치이고, 그러면서 공부도 해야 하고, 그러다보니까 스스로를 너무 혹사시키고 있는 걸 발견했어요. 그래서 저는 후배 간호사분들이 자기를 다독거리고. 돌보면서 오래 갔으면 좋겠어요. 어떤 일이든 어느 자리든 간호사가 갈 수 있는 곳은 굉장히 많은 분야에 있으니까, 많이 힘들고 지치고 어렵겠지만 본인의 몸을 챙기고, 마음을 챙기면서 건강하게. 환자 곁에서, 가족 곁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다 하는 멋진 간호사들이 됐으면 좋겠어요.
민 신규 분들이 처음 병원에 오면 많이 헤매고 자신감을 많이 잃어요. 나름 공부를 잘했던 친구들이고, 늘 칭찬 받아왔는데 막상 병원에 오면 본인들이 할 수 있는게 너무 없으니, 자꾸 좌절하는 거 같아요. 제가 신규 때, 물건을 하나 찾아오라는데 못 찾고 허둥대니까 어떤 선배님이 “괜찮아.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 아무도 없어. 선생님 여기 있어” 하면서 찾아줬는데 그 땐 그 한마디가 그렇게 위로가 되더라고요. 크게 배려받은 것도 아닌데. 누가 저를 크게 혼내지도 않았지만 내 기대치 만큼 내가 점핑을 못하니까 공연히 주눅 들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그냥 내 자리에서 묵묵히, 주어진 할당량만큼만 하다보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성장해 있거든요. 그렇게 시간이 해결해 주는 부분도 있으니까 조급해 하지 말고 잘 견뎌달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이것도 못하면 어디 가서 뭘 하겠어요. 그 동안 열심히 배워온 학문이잖아요.
그리고 또 어느 정도 견딘 사람은 늘 하던 일이기 때문에 좀 매너리즘에 빠지고, 환자나 보호자를 대하는 태도가 기계적으로, 내 말만 딱 하고 문 탁 닫고 나가버리고 이런 매너리즘에 빠질 수가 있어요. 한번씩은 스스로를 좀 성찰하면서 내 길을 걸어간다면 저희처럼 오랫동안 자기 직업에 만족하면서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R 마지막으로, 간호인력취업교육센터를 간호사 여러분께 한 마디로 소개해 주세요.
임 센터에 프로그램이 굉장히 많잖아요. 결국 간호사 이직률이 높고, 유휴간호사 비율이 높기 때문이거든요. 신규 간호사의 퇴직도 문제지만 지금 간호인력의 거의 70% 정도는 집에 계신다고 보시면 돼요. 저는 이 비율이 간호인력을 확보하는 미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센터가 조금 더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해서 잠들어 있는 간호인력을 끌어낼 수 있는 확실한 체계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민 저는 이 센터가 간호사들한테 든든한 보험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지금은 좋은 프로그램, 제도가 많은데 간호사들이 잘 몰라요. 저도 잘 몰랐거든요. 온라인 홍보도 있지만 기관에 방문해서 많이 홍보하셨으면 좋겠어요. 아직은 유휴간호사분들을 많이 끌어내지 못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사공 저는.. 간호인력취업교육센터는 임상간호 교육을 발전시키기 위한 디딤돌이다. 여기서 하는 프로그램들을 디딤돌로 삼아서 가지를 뻗어나가고 살을 붙여서 간호 교육 프로그램을 발전시키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