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계 소식

간호사, 천사인가? 영웅인가? 전문직인가?

  • 2020.12.09
  • 작성자 : 중앙센터
  • 조회수 : 1358
간호사, 천사인가? 영웅인가? 전문직인가?

[편집국] 정규숙 편집국장   kschung@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20-12-07 오전 09:49:21

헌신 봉사하는 백의의 천사 넘어 새 이미지 구축해야

간호사의 전문성과 묻혀 있는 역할 미디어 통해 알려야

# 간호사를 코로나19의 영웅으로 불러주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경계해야 할 점도 있다. 영웅적 이미지에 함몰돼 이타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간호사의 근무환경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게 된다.

# 헌신과 봉사로 대변되는 백의의 천사 이미지에서 벗어나 간호사의 전문성과 역할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이미지 구축이 필요하다.

한국간호행정학회(회장 김종경)는 ‘코로나 시대의 간호 프로페셔널리즘:천사, 영웅 그리고 간호사’ 주제로 온라인 학술대회를 12월 4일 개최했다.

△천사와 영웅 이미지 속 함정 = 제시카 스톡스-패리시(Jessica Stokes-Parish, 간호사) 호주 본드대 교수는 ‘천사와 영웅’ 주제강연을 통해 “코로나19 최전선을 지키고 있는 간호사들을 미디어와 일반국민들은 천사와 영웅으로 부르고 있다”면서 “이는 감사한 일이지만 한편으론 조심하고 경계해야 할 부분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천사와 영웅이라는 표현에는 간호사를 인간이 아닌 신성한 존재나 초능력자로 기대하게 만드는 함정이 있다”면서 “이 같은 이미지에 함몰될 경우 간호사의 ‘전문성’ 즉 지식과 기술을 갖추고, 환자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며, 잘 훈련된 인력이라는 가치가 과소평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적 이미지로 국한시키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타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요구하다 보면 간호사의 안전한 근무환경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게 된다”면서 “안전한 근무환경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시카 교수는 “간호사의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하며, 특히 간호사의 전문성을 알리기 위해 미디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면서 “미디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미디어를 통해 간호사의 전문성을 알리고 표현하기 위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헌신과 봉사 탈피한 이미지 구축해야 = 나경희 시사IN 기자는 ‘미디어와 SNS 속 간호사의 프로페셔널리즘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주제강연을 통해 대구 코로나19 현장에서 간호사들을 취재한 경험담을 나누면서, 왜 간호사에 대해 희생과 헌신의 이미지로만 접근하게 되고 전문성을 보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나경희 기자는 “취재를 처음 시작할 때 간호사들을 바라본 시선은 희생과 헌신이었다”면서 “간호사에 대해 백의의 천사라는 희생과 헌신의 이미지가 고착돼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간호사의 전문성을 표현해 담아내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면서 “격리된 코로나 환자를 돌보는 전문적인 모습을 직접 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바쁜 간호사들과 차분히 인터뷰를 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나경희 기자는 “취재를 하면서 간호사들의 일과 역할이 다양하고 많다는 것, 인력이 부족해 간호사들이 너무나 바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취재를 하는 기자로서의 시선이 희생과 헌신에서 전문성, 폭넓은 전문성으로 점차 확장됐다”고 말했다.

이어 “백의의 천사로 대변되는 영웅 서사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간호사의 전문성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 묻혀 있는 간호사의 역할을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나경희 기자는 “현장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간호사들에게는 자신의 어려움을 함께 공감해주고 격려하고 지지해주는 동료가 필요하다”면서 “젊은 간호사들의 목소리를 표출할 수 있는 담론의 장을 펼쳐주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코로나 현장의 간호사 이야기 = 유현민 미국 전문간호사(Acute Care Nurse Practitioner)는 주제강연을 통해 미국의 코로나19 현장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인제대 간호대학을 졸업했으며, 현재 펜 장로교 메디컬센터(Penn Presbyterian Medical Center) 내과중환자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병원은 ‘마그넷병원’ 인증을 받은 곳으로 간호사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최고의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현민 전문간호사는 “코로나19 간호현장은 눈물과 땀, 슬픔과 공포의 날들이었다”면서 “코로나19라는 불확실성과의 싸움, 격리된다는 공포, 의료인을 감염원처럼 보는 시선, 사망한 환자 등이 우리를 힘들게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병원 직원들과 지역주민들의 응원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면서 “출근하는 병원 입구에는 ‘영웅이 들어간다’는 글귀가 붙었고, 직원들이 ‘당신은 강해요’ ‘당신은 용감해요’ ‘우리 모두 고마워요’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의료진들을 격려해줬다”고 말했다. “맥도널드, 던킨 도너츠 등과 지역주민들이 의료진들을 응원하기 위해 간식을 보내줬다”고 전했다.

유현민 간호사는 “간호사들의 스트레스와 불안 등을 24시간 상담해주고 지지해주는 위원회(Workforce Wellness Committee)가 구성돼 있다”면서 “간호사들은 코로나19에 맞서 팀워크로 함께 이겨냈고, 이겨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암울한 통계보다는 발관(extubation), 일반병실로 이동된 환자, 퇴원환자 수와 같이 환자가 좋아진 결과를 보여주는 작지만 긍정적인 숫자에 집중하면서 간호사들이 서로 격려하고 힘을 냈다”고 말했다.

유현민 간호사는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코로나19 관련 간호연구를 계속하고 있고, 저널에 발표도 했다”면서 “전문직 간호사로서 코로나19와 관련된 정책에 관심을 갖고 숙지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한국 코로나 현장 간호사의 경험 도출 = 강영아 서울아산병원 임상전문간호사는 코로나19 치료현장에서 직접 근무한 경험이 있는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심층면담(직접 또는 화상)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간호사들의 경험을 분석한 결과 △자발적이거나 강제적으로 시작된 길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의 양가감정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충격과 연민 △미흡한 시스템과 모호한 역할 경계 △생존 전략으로서의 필사적인 역량 강화 △아직도 끝나지 않은 길 등의 주제가 도출됐다.

유원섭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교육훈련센터장은 ‘감염병 최전선의 간호사를 위한 지속가능한 지원책은 무엇인가?’ 주제강연을 통해 “감염병 대응을 위해선 평상시 간호사를 위한 지원체계를 잘 정비해야 한다”면서 “중환자실과 감염관리 등의 간호사 인력기준을 개선하고, 감염병 대응 역량 향상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감염병 대응 인력에 대한 보호 및 지원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간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