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출연 신혜림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 삶과 죽음 나뉘는 1초의 순간
- 2021.08.19
- 작성자 : 중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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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출연 신혜림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 삶과 죽음 나뉘는 1초의 순간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에서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로 활약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21-08-12 오후 04:34:25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쳐. 오른쪽부터 프로그램 진행자인 큰 자기 유재석, 신혜림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아기 자기 조세호.
“정말 오랫동안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싶어요.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서요. 매번 힘든 일에 부딪혀도 누군가는 해야 하고 그게 저라면 더 좋고요.”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로 활약하고 있는 신혜림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간호사의 이야기가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진한 감동을 남겼다.
그는 tvN 인기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8월 11일 방송한 ‘1초의 승부사’ 편에 출연했다.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는 이식에 대한 절차 안내와 조율, 이식 대기 환자의 상태 파악 및 관리, 장기 구득 및 이송 조율 등 장기이식의 모든 과정을 살피는 업무를 한다.
생과 사의 중심에서 기증자와 수혜자를 연결하는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는 장기이식 코디네이터에게 ‘1초는 삶과 죽음이 나눠질 수 있는 순간’이다.
심장 이송 위해 열차 출발 미루게 한 사연
이날 방송에서는 뇌사 환자의 심장을 이송하기 위해 KTX 출발까지 미루게 한 신혜림 간호사의 사연이 소개됐다.
올해 1월 오후 8시가 넘은 시각, 은평성모병원 의료팀은 대구에서 구득한 심장을 이송해야 하는 상황. 기상 악화로 헬기를 탈 수 없게 되자 열차로 급선회했다. 하지만 바로 도착하는 열차를 타기에는 몇 분 늦게 역에 도착할 것 같고, 다음 기차는 한 시간 후였다.
신혜림 간호사는 동대구역에 전화해 사정을 알렸고, 관제실의 협조와 탑승객들의 양해 덕분에 출발시각을 3분 늦추는 기적이 일어났다. 골든타임을 사수한 심장은 39세 소방관에게 이식돼 생명을 살렸다.
“저희가 플랫폼에 도착했는데, 딱 기차가 들어오더라고요. 하∼ 됐다.”
그는 “장기 이송 중에는 앰뷸런스 안에서 다들 말없이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생각한다”면서 “실수 없이 해야 되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기가 들어 있는 얼음으로 꽉 채워진 아이스박스, 카트, 캐리어를 4명이 든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뛴다고. 너무 흔들면 장기에 손상이 가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조심해서 뛴다.
뇌사자 장기기증 권유, 가장 어려운 시간
장기이식 코디네이터의 가장 큰 고충으로 뇌사자 발굴 업무를 꼽았다.
“보호자분께 장기기증에 대해 권유하게 되는데, 힘들 때가 많다”면서 “제가 기증에 대해서 감히 권유를 해야 하는 입장인데, 어려운 자리를 매번 겪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통 급박한 사고를 겪은 분들이 많은데, 여기에 이차적인 상처를 드리게 되는 일이 될까 봐 힘들고, 살얼음판 같이 조심스럽다고.
상담하는 매 순간 ‘내가 이 단어를 뱉어도 되나’ ‘이 찰나에 내가 숨을 크게 쉬어도 되나’ ‘어떤 단어를 조심스럽게 써야 되나’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너무 죄송하고 안타깝고 뭐라고 표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말씀드려야 할 게 있습니다라고 하죠. 화를 내실 수도 있고, 박차고 일어나실 수도 있고, 오열을 하실 수도 있고, 눈물만 흘리실 수도 있고, 눈물조차도 없을 수도 있다고...”
코로나 때문에 임종면회 짧아져 안타까워
신혜림 간호사는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진행하는데, 그렇게 해도 그분들 입장에서는 엄청 빠르다고 생각되실 것”이라면서 “제가 힘들다 하더라도 그분만큼 할까요, 그 중 가장 힘들지 않은 건 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1초를 1시간처럼 쓸 수 있는 시간의 방이 있다면 무엇을 해보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뇌사자분의 임종면회를 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코로나19 때문에 가족들이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두 명씩만 들어가서 짧게 임종면회를 해야 하는 것이 안타까워서다.
그는 장기를 기증받은 분들에게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기증자분이 한 가정에서 얼마나 소중한 존재이고 귀중한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수혜자분들이 그걸 꼭 반드시 알고, 나머지 삶을 정말 잘 사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수혜자분들이 잘 관리하고, 잘 사실 수 있도록 끝까지 도울 겁니다.”
시청자 응원댓글
이날 방송이 나간 후 시청자 댓글에는 신혜림 간호사를 응원하는 메시지가 이어졌다.
“신혜림님, 사명감 넘 존경스럽습니다.”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분의 말씀이 제 마음에 많이 울리네요.”
“장기기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돼 지금 장기기증 상담하고 등록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엄용주·정규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