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이용후기
간호사는 위대하다
- 2020.04.16
- 작성자 : 중앙센터
- 조회수 : 1595
다시, 간호사로 서다
20여 년이 흘렀습니다.
간호사가 되겠다며 하얀 가운을 입고 가관식 맨 앞자리에 서, 머리에 캡을 쓰고 엄숙히 선서하던 나이팅게일 선서식은 고스란히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습니다.
물론 그동안 간호사로서 일을 했었습니다. 보건교사로 초등학교에서 20년을 일했습니다. 때로는 스스로‘School Nurse’라고 스스로 자부했습니다. 백년지기 보건교육을 목표로 삼고,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아이들 스스로가 자기건강관리 습관을 잘 기를 수 있도록 보건교사로서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와 어디가 아프다고 울상을 지으며 보건실을 방문하는 모습도 귀여웠습니다.
그럼에도 마음 한 켠에는 병원 간호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삶의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살아가며, 이제 막 50줄에 들어서고 있었습니다.
인생의 절반이 지나가는 동안 자녀들은 잘 자라주었고 갖은 인생의 풍파도 겪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간호현장에서 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보살피고 싶다는 간절함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다시 시작했습니다. 오래 전 배웠던 간호학을 다시 꺼내어 하나하나 새롭게 되새기고, 그토록 바라던 간호사 가운도 입고, 병원이라는 낯설고 새로운 현장에 나의 삶을 다시 세팅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늦게 시작하는 만큼 두려움도 있었고,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길잡이가 되어준 간호인력취업교육센터
이지가지 걱정이 많았지만, 간호인력취업교육 경기센터에 등록해 이론 및 실습교육을 수강하며 나 자신을 테스트해보기로 했습니다.
오랜만에 듣는 간호학 이론은 다시 대학 시절로 돌아간 듯한 정겨움과 신선함을 주었습니다. 잘 갖춰진 실습실에서 실무에 꼭 필요한 기본간호를 배우기도 하였다. 강사님들은 실제 병원에서 수간호사로 근무하시는 분들이라 내용이 더욱 현장감 있고 사실적이었습니다.
생소한 병원현장 이야기를 들으며, 과연 내가 맞는 선택을 한 것인가 걱정도 앞서고 혼란이 일기도 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설레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였다. 직접 환자들을 대하며 병원실습은 해보니, 반신반의하던 나의 마음은 더 큰 확신을 얻게 되었다. 이렇게 다시 간호사로 서게 되었다. 한낱 미련으로만 남아버렸을 간호사의 꿈이 센터를 통해 늦깎이지만 현실로 이어질 수 있었다.
병원 접수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계신 이창숙간호사
간호사는 위대하다
다시 간호사가 되고 처음 근무하게 된 병원은 말기 암 환우들을 돌보는 독립형 호스피스 전문병원이었습니다. 병원은 맑은 시골의 한적한 곳에 위치해 있어서 따스한 햇볕과 부드러운 바람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나는 암성 통증과 싸우며 인생의 마지막 임종을 맞이하는 환우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환우들은 때론 나의 친구 같고, 때론 부모님 같아 늘 마음이 아픕니다. 환우들 앞에서 울지 않으려 화장실을 몇 번이고 쫓아가 울고 오는 날도 잦습니다.
기본간호를 가르쳐주시는 선배 선생님들도 친절하고 따뜻합니다. 늦게 시작한 만큼 이곳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시며, 하나하나 정확하고 자세하게 설명해주십니다. 스스로도 온라인 강의나 유튜브, 그리고 책을 통하여 최근의 간호기술과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해 배우고 익히고 있습니다. 병실을 방문할 때마다 간호사들의 손끝이 환우들의 불안을 덜어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들을 웃게 합니다. 더욱더 야무진 손이 되기 위해 아직도 더 열심히 공부하고 배웁니다.
다시금 깨닫는 것은 간호사는 위대하다는 것입니다. 매 순간마다 간호사들의 관심과 움직임은 환자의 통증을 잠시 멈추게도 하고 줄이기도 합니다. 환우들과 가족들의 불안과 두려움을 덜어주고 안위를 살피는 모습은, 간호사라는 직업이 고귀하고 위대하다할 수밖에 없는 충분한 이유가 됩니다. 간호사는 환우들이 울면 같이 울고, 환우들이 웃으면 같이 웃습니다. 삶의 후반부 환우들이 인간의 힘으로 이겨내기 어려운 질병과 싸우며 살아온 삶의 흔적들을 잘 정리하고, 남은 삶을 편안히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간호사의 모습은 참으로 존귀합니다.
이렇게 다시 간호사로 섰다
늦은 나이에 왜 다시 간호사가 되었냐고 누가 묻는다면, 그동안 많은 도움과 섬김을 받고 살아 이제는 제가 누군가를 돕고 섬기며 살 차례라고 답해봅니다. 육체적으로 힘이 들고 밤 근무도 해야 해 부담감은 있지만, 어차피 인생은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한다. 나 또한 크게 마음먹고, 질병과 싸우는 환우들과 동지가 되어보려고 한다. 이후 노년이 되어 살아온 날들을 돌아볼 때 참 잘한 선택이었다고, 정말 값진 삶이었다고 고백할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란다. 다시 간호사로 선 나의 삶을 신이 축복하시고, 앞서간 수많은 선배간호사들이 격려해주길 진심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