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학번, 단절된 시대의 외로운 싸움 이겨내고 날아오르다
- 2022.01.06
- 작성자 : 중앙센터
- 조회수 : 255
코로나 학번, 단절된 시대의 외로운 싸움 이겨내고 날아오르다
핵심기본간호술 동영상 제작 경진대회 참여 --- 최우수상 수상
[편집국] 정규숙 편집국장 kschung@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21-12-31 오전 09:49:50
글쓴이 / 하예림(춘해보건대 간호학과 2학년)
팬데믹으로 제대로 된 대학생활 못해
얼굴도 낯선 동기-교수님과 SNS 소통
코로나 학번. 팬데믹 시대에 대학을 입학하면서 제대로 된 대학생활을 해보지 못한 세대를 일컫는 신조어이다.
나는 팬데믹 시대에 입학한 20학번. 미성년자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조금은 더 자유로워진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20대의 삶을 꿈꾸었던 우리는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과의 단절을 경험했다.
사람과 사람이 단절되고, 사람과 사회가 연결되지 않는 삶이 주는 소외와 고통을 우리 모두는 경험하고 있다. 삼삼오오 떼를 지어 학생들로 가득해야 하는 캠퍼스는 스산한 기운만이 나돌고 있고, 복도에 가끔씩 들려오는 작은 발자국 소리만이 그 적막을 깨운다.
수업의 장소가 학교에서 가정으로 옮겨졌고, 얼굴도 모르는 동기와 교수님들과는 SNS로 소통해 나간다.
나는 코로나19가 가져온 지루하고 무미건조한 일상에 지쳐가고 있었다. 생활리듬은 흐트러졌고, 처음 대학에 와 열심히 배우려고 했던 내 열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으며, 혼자 힘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학창시절, 인간관계와 학교생활에 지쳐있을 때면 농담이나 넋두리로 “학교가기 싫다”라는 말을 할 때가 종종 있었지만, 현실에 맞닥뜨렸을 때는 이와 정반대였다.
그렇지만 그 시절 누려왔던 일상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무척 어리석은 일이었다. 내가 직면해 있는 상황과 환경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적응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사고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행동하는 대로 사고하게 된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 가혹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자문하며 모호하고 막연한 목표를 세우고 있었다.
외로운 싸움을 절대 포기하지 말고, 나에게 주어지는 모든 기회에 최선의 씨앗을 뿌리고 훗날 기쁨에 넘치는 수확의 시간을 맞아하자고...
핵심기본간호술 동영상 제작 경진대회 도전
팀원들 역할 분담 --- 함께 협업하며 서로 응원
그런 나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간호학과에서 ‘핵심기본간호술 동영상 제작 경진대회’를 개최한 것이다. 조원 각자의 재능을 살려 간호수행, 편집, 촬영, 내레이션 등의 역할을 분담하고, 학생들이 직접 영상을 제작하는 대회이다.
무슨 자신감이었을까. 약간의 걱정이 숨겨져 있긴 했지만, 나는 간호수행자 역할에 자원했다. 잘하고 못하고는 나중 문제라 생각하고 결연하게 시작했다. 간호수행자에 자원한 이유는, 나는 그 어떤 수업보다 실습수업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실습은 일방적인 전달로 인한 협소한 배움이 아닌 몸으로 직접 배우고 겪으며 익히는 방식을 통해 더 많은 배움을 경험할 수 있다.
조원들은 자신의 뛰어난 기교를 발휘하며, 각자의 레이스에서 자기만의 방법으로 부단히 달려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달랐다. 채비가 덜 되었던 탓인가, 카메라와 25명 조원들의 시선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내 능력은 서서히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것도 잘 수행해내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한 ‘실망’, 나는 필요한 조원이 아닌 것 같은 ‘슬픔’, 조원들이 혹시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걱정’ 등 폭풍같이 밀려오는 여러 감정에 매몰되어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실수에 조원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워 침상 밑으로 숨어버리고 싶기도 했다. 나도 모르게 자괴의 탄식을 삼키며 뒤돌아 펑펑 울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더 이상은 우리 조에 피해가 되지 않기 위해 포기해야겠다고 내 의사를 밝히려고 하던 즈음에, 조원 중 한 명이 가슴 울리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긴장하지 말고 평소처럼 하세요. 잘 할 수 있어요.”
사려 깊은 그의 따뜻한 목소리에 다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함께’라는 말이 이토록 소중하고 편안하고 든든한 말이었나 싶었다. 그리고 잠자고 있던 나의 잠재력과 감흥이 일기 시작했다. 또 우리 조는 수행 중 각자가 겪는 어려움을 허심탄회하게 나누기 시작했다.
나만 빼고 다들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해내고 있는 것 같았지만 사실 나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모두가 아등바등 애를 쓰며 고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각자의 한숨에 답하듯 서로의 격려는 모두의 무거운 고민들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들었다.
최우수상 수상 영예 --- 위로받으며 아름답게 비상
코로나19, 우리를 새롭게 성장시키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의 영상 제작은 마무리 되었고, 나는 시상식에 초대받았다. 수상을 기대했기 때문인가 살짝 기분 좋은 설렘에 젖어 있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 때의 감회에 잠기곤 한다.
우리 조의 결과는 1등, 최우수상.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내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었고, 결과에 상관없이 내 마음 속 두고두고 남을 추억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도 만족스러우니 뿌듯한 감정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여러 친구들과 교수님들께 축하까지 받으니 광대는 또 얼마나 승천했는지, 눈웃음은 또 얼마나 초승달처럼 변해있는지... 설명할 수 없는 좋은 기분으로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되었고, 슬슬 욕심을 더 부려보게 되었다.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로 꾸라고 한다. 꿈은 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하다 보니 되는 것이었다.
코로나19로 일상의 행복은 빼앗겼지만 삶의 의미마저 빼앗겨서는 안 된다. 오랜 세월에 걸친 엄청난 열과 압력이 탁월한 강도와 찬란함을 지닌 다이아몬드를 창조하고, 애벌레는 힘겹게 껍데기를 까고 나오면서 비로소 나비로서의 날갯짓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얻듯이, 우리 모두는 반짝반짝 빛날 다이아몬드고 아름답게 날아오를 나비이다.
앞으로도 이런 고통과 혼란이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어쩌면 코로나19가 가져온 팬데믹이 우리를 새롭게 성장시킬 수 있는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지 않나 조심스럽게 예견해본다.
지쳐있는 학생들의 어려움을 풀어내기 위해 애쓴 교수님들의 노고에 존경을 표하며, 나를 비롯한 모든 학생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