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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간호사를 가르치는 간호사들의 이야기 (1)

  • 2020.09.01
  • 작성자 : 중앙센터
  • 조회수 : 2626

간호인력취업교육 경기센터 실습지도자 대담 (1)

간호인력교육센터에서 교육과 실습을 진행하며 후배 간호사들이 든든하게 취업하고, 멋지게 성장하며, 당당히 복귀할 수 있도록 힘쓰고 계신 간호사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봅니다. 나와 같은 위치에 있는 동료들과 지금 내 고민을 먼저 겪었던 선배들의 이야기가 여러분에게 작은 힘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8월 19일, 간호인력취업교육 경기센터에 세 분의 베테랑 간호사 선생님들이 모였습니다. 코로나 재유행으로 염려도 있었지만, 예정되어 있던 유휴간호사 재취업 교육이 한층 더 철저한 방역 절차 안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개인 방역 수칙을 엄격히 지키면서도 지치는 기색 없이 열정적인 강의를 보여주신 민정현, 임선희, 사공은미 선생님의 이야기를 알앤잡에서 들어보았습니다.

민정현 : 분당제생병원 간호팀장 / 실습지도자 양성교육 2015년 이수
임선희 : 강동대학교 간호학과 초빙교수 / (전) 분당차병원 수간호사 / 실습지도자 양성교육 2017년 이수
사공은미 : 분당차병원 수간호사 / 실습지도자 양성교육 2019년 이수

 

RNJOB (이하 R)  안녕하세요, 대담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독자 여러분께 간단히 소개를 해주시겠습니까?

민정현 (이하 민)  네. 민정현입니다. 저는 분당제생병원 간호팀장으로 근무하고 있고요, 30년 째 일하고 있네요. 병동 간호팀 소속이면서 교육을 겸직해서 신규간호사 교육이나 원내간호사 교육을 맡아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임선희 (이하 임)  안녕하세요. 저는 임선희고요, 분당차병원에서 24년 간 근무했고, 작년 말에 사직해서 지금은 강동대학교 간호학과 초빙교수로 나와있습니다.

사공은미 (이하 사공)  안녕하세요. 사공은미라고 하고요. 분당차병원 호흡기내과 병동 수간호사입니다. 경력은 중환자실 경력이 더 많아요. 중환자실에서 16년 근무했고, 병동으로 온 지 이제 1년 됐습니다.

유휴간호사 교육을 마치고 대담을 위해 모인 (왼쪽부터) 사공은미, 임선희, 민정현 간호사
유휴간호사 교육을 마치고 대담을 위해 모인 (왼쪽부터) 사공은미, 임선희, 민정현 선생님 

 

R 간호사 일이 워낙 힘들고 결혼, 출산 등으로 중간에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도 많은데요, 세 분께서 이렇게 오랫동안 커리어를 이어오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사실 다 고비는 있지만, 힘든 시기마다 옆에서 응원해주는 가족들이 힘이 됐던 것 같아요. 또 부서를 한 번씩 옮기는 게 환기가 되기도 해요. 저도 중환자실 경력이 오래 되는데, 중환자실에 있다가 병동으로, 병동에서 또 교육 부서로 옮기면서  ‘아, 요런 경험도 있네’ 하고 새로운 일을 하다 보면 환기도 되고, 적응되면서 재미도 있더라고요. 2017년부터 교육과장으로 일하고 있는데, 따라오는 신규들이 어느새 경력이 쌓여서 계속 다니는 걸 보면 반갑고. 이렇게 조금씩 오는 변화들 있잖아요. 그런게 지루함을 없애면서 버틸 수 있는 힘이 아니었나 싶어요.

사공 저는 아기가 쌍둥이고, 아직 많이 어려서 고비는 좀 많이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아이들의 삶도 중요하지만 저의 인생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항상 하면서 살고 있어요. 제 인생을 아이들 때문에 놓고 싶지 않아서, 아기들이 돌 되기 전에 부모님께 맡겨두고 복직을 했는데, 후회는 없는 것 같아요. 오늘도 집에 가면 아이들을 봐야하고, 다시 또 출근을 하면 병원 일을 해요.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재미있어요. 두 가지 일을 하는 게 나름 삶의 활력소도 되고요. 여기서는 이 쪽 일을 하고, 저기서는 저 쪽 일을 하다보면 내가 여러 가지 일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능력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나름대로 양쪽에서 인정받는 느낌도 들고요. 

제 원동력은 동료들이었던 것 같아요. 힘은 당연히 들어요. 간호사 업무를 하면서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지치고, 계속 고비들이 찾아오는데,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서로 의지하면서 정이 쌓이고, 버틴 것 같아요. 간호계는 그냥 머물러 있으면서 일만 한다고 되는 곳은 아니거든요. 밑에 후배들을 가르쳐주는 입장도 되고, 환자나 보호자들을 교육하는 입장도 되어야 해서 끊임없이 자신을 발전시켜야 하는 곳이에요. 그래서 계속 공부하고 단련하고, 그러면서 아이들도 키우고. 중립을 지키면서 일도 가정도 다 잘 하려고 노력을 했죠. 그 가운데 저를 버틸 수 있게 한 건 가족, 동료. 다 사람이 힘이었던 것 같아요.

유휴간호사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민정현 간호사
유휴간호사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민정현 선생님

 

R 요새 코로나 때문에 많이 힘드시죠. 이런 시점에서 교육을 진행하시기가 쉽지 않으실 것 같아요. 

많이 부담스러워요. 그래도 여기 협회에서 방역을 일단 철저히 하시고, 또 오시는 분들도 간호사 집단이잖아요. 누구보다 위험성을 잘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들 셀프방역에 신경쓰고 계세요. 저부터도 그렇고요. 진행 측에서도 한 시간 마다 방역을 하시더라고요. 방도 다 소독하고, 환기는 계속 시키고 계시고요. 그래서 염려도 있지만 시스템적으로 잘 대비하고 계셔서 편안하게 진행했습니다. 참석자들도 다들 의식이 있으셔셔 서로 주의하시고요.

경기센터에서는 중간 중간 소독과 환기를 계속 하며 교육이 진행되었다.
경기센터에서는 중간 중간 소독과 환기를 계속 하며 교육이 진행되었다.

 

R 세 분 선생님 모두 오랫동안 현장에서 간호실무를 하시다가 교육자로 전환을 해 오셨는데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까요? 

간호사들은 연차가 올라갈수록 자연스럽게 교육을 할 수 밖에 없어요. 왜냐면 저희는 프리셉터-프리셉티라고 해서 신규간호사나 후배들이 들어오면 선임간호사가 붙어서 엄마처럼 가르쳐주는 시간이 있어요. 어느 정도 연차가 되면, 간호사라면 누구나 겪는 과정이죠. 후배들을 관리하고 가르쳐 주어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어느 간호사나 교육자적인 마인드는 가지고 있을 거예요. 그 중에서 좀 더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는 거고요. 

사공 저는 중환자실 10년차 되면서부터 중환자실 교육간호사 일을 했어요. 중환자실에서 외과계, 내과계, 심혈관계 로테이션하면서 교육 프로그램 만들고, 신규 교육도 하고, 원내 교육도 하면서 계속 담당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어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 지금 부서에서도 스스로 나서서 교육을 맡고 있기도 하고요. 그러다보니 병원에서 간호인력취업교육센터 교육 진행을 추천 받았어요. 임상을 하면서 교육을 같이 하는 게 저한테는 많이 환기가 되고, 좋습니다.

저희 병원은 대학을 끼고 있어서 어느 정도 연차가 되면 학교에 가서 교육을 하도록 내보내 줬어요. 학생들에게 강의해 보고, 병원에서도 신규간호사 교육해 보고, 그렇게 점점 해보다가 내가 이쪽에 관심이 있구나, 교육하는 게 재미있구나, 잘 하는구나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죠. 저같은 경우도 응급실에 16년 있었는데 주임강사때부터 교육을 했고요, 실습지도자 양성교육은 사공 선생님처럼 병원에서 추천을 받았어요. 협회에 프로그램이 있다는데 가서 배워보고, 교육에도 참여하면 너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해서 2017년에 시작하게 됐어요. 

저는 2017년에 교육과장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신규 교육을 시작했어요. 그 전에는 ICU(중환자실)에 쭉 있으면서 사공 선생님 말씀하신 것처럼 신규 선생님들 오면 기본적인 프로시저들을 계속 가르치긴 했었죠. 환자들 토탈 케어를 해야 하니까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전부 다요. 그러다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교육을 시작했고요. 한번은 협회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교육을 의뢰한 적이 있었는데, 간호인력취업센터 교육 시스템을 안내해 주시더라고요. 실습실도 있고 프로그램도 있고, 와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그래서 2018년부터 저희 병원이 분당인데 신규 분들을 30명씩 여기로 차로 직접 데려와서 실습했었어요. 그렇게 센터와 인연이 닿았네요.

대담에 참여 중인 임선희 간호사
대담에 참여 중인 임선희 선생님

 

R 세 분 모두 유휴간호사 재취업교육을 진행하고 계신데요, 참여하시는 분들의 반응은 어떠신가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궁금합니다. 

처음에 진행할 때는 부담스럽기도 했죠. 병원에서도 학교에서도 오랜 시간 교육을 해봤음에도 불구하고, 여기 오시는 분들은 오래 쉬시던 분들이라 어디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고민이었어요.
그런데 와서 보니 제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정말 크게 받아들이시고, 너무나 열성적이시더라고요. 그래서 점점 더 애정이 생겼고요, 전달을 조심히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나오는 편이에요. 어떤 때는 여기 교육하고 병원에 돌아가서 저희 간호사들한테 '예순이 넘으신 분들이 너무너무 열심이시다. 에너지들이 굉장히 넘치신다. 너희들도 더 힘을 내자.' 이런 얘기들을 전할 때도 있어요. (웃음) 세대 가운데에서 중립적인 역할도 할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인 것 같아요.

사실은 여기서 수행되는 교육들이 학교에서 이미 다 배우신 내용들이기는 하지만, 또 병원에서는 현장의 시스템으로 접근을 하는 부분이 있죠. 그래서 실무자로 일할 때는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이건 이렇게 하는거야 하는 식으로 설명을 하게 되지만, 여기서는 행위 하나 하나 이론적인 배경을 전달하게 되죠. 제가 알고 있는 현장 지식도 같이 전하면서. 그러면 말씀하신 것처럼 유휴간호사들은 너무너무 리액션이 좋으세요. 실습도 다 돌아가면서 한 번씩 해 보시라고 하면 너무 좋아하시고, ‘내가 해냈다’ 라는 뿌듯함을 안고 가시는 것 같은 게 저한테도 느껴져요. 정말 봇물 터지듯이 말씀들을 하시고, 흥이 난다고 그래야되나? 그래서 오히려 제가 기운을 받아가는 느낌이에요. 행복합니다.


(2편에 계속됩니다.)